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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스압]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들었던 60년대 군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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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의 겨울,

택시기사 아저씨는 17살 정도의 나이에 군대를 가셨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조뺑이 까고,

밥 같지도 않은 꿀꿀이죽 꾸역꾸역 먹으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어떻게 어떻게 버텨서 자대 배치를 앞두게 되었다.

 

 

빡빡이들이 쭉 늘어선 연병장 앞.

 

헌병대가 우르르 내리더니 인원들을 한줄씩, 한줄씩 데리고 갔다.

 

 

각 잡힌 깡통 모자를 눌러쓴 그들의 눈은 보이지 않았다.

칼에 찔려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포스.

 

정말로 무서웠다.

 

 

400명 남짓한 인원들 중 단 25명 남짓이 남았다.

 

그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간부들은 히죽 웃으면서 남은 인원들에게 말했다.

 

"야! 인원 다 찼다!"

"니들은 대구로 간다!"

 

25명은 마땅한 주특기도 없이 교육을 받으러 대구로 향했다.

(대구였는지 대전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남)

 

그렇다면 앞에서 데려간 400명은?

 

 

그들은 전쟁이 한창인 월남으로 갔다고 한다.

지금에야 웃으며 말하지만 사실 되게 아찔했던 상황

 

아무튼 그렇게 운명이 갈렸다.

 

 

총원 하차!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 

 

 

우왕 ㅎㅎ 이제 후반기 교육 받으며 꿀 좀 빨아볼까

 

 

엎드려 십새끼들아.

 

기어서 부대로 이동한다.

 

 

ㅠㅠ

 

하차와 동시에 인원들은 포복으로 부대 내로 향했다.

눈이 뒤덮인 언 땅을 기고, 뛰고, 또 기었다.

 

이미 훈련소에서 걸레가 된 전투복이었긴 한데....

후반기 시작부터 전투복은 모조리 찢어지고 워커는 닳아 없어졌다.

 

 

그래도 다음 날부터는 교육을 시켜주긴 했다.

 

마! 이제부터 수송의 단맛을 보여주겠다!

 

 

이것은 휘었으니 휀다! 이것은 빵! 부딪히라고 빰파!

 

이제 대충 뭔가 뭔지 다들 알겠지?

 

 

예! 그렇습니다 ㅎㅎㅎ

 

그럼 저기 바퀴가 두개씩 붙어있는거 보이지?

 

그 사이로 기어서 지나가 십새끼들아

 

 

으아아아아아아

 

 

바퀴 두 짝 사이를 기어서 지나가는 동안, 기간병들은 빠따를 들고 사정없이 교육생들을 후려팼다.

 

좁은 바퀴 사이로는 몸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살기 위해 아득바득 들어갔다.

 

얼마나 악착같이 기고 또 기었는지, 전투복 단추가 다 떨어져 버렸다.

 

 

혹시 자기 전투복에 단추가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기합 병사가 있는가?

 

 

이병! 이! 등! 병!

제 옷에 단추가 남아있습니다!

 

 

요령 피우니까 단추가 안 떨어지고 남아있는거 아냐!

 

다시 바퀴 사이로 기어가라. 실시!

 

 

 

 

아.....

 

 

하.......... ㅅㅂ 진짜.........

 

 

 

하여튼 나중에는 운전 교육도 시켜주긴 시켜줬다.

하지만 가혹한 기합 역시 이상하리만치 빈도가 높았다.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나저나, 사건 하나가 터진다.

 

 

<<<<폐급 트럭을 정비하는 시간>>>>

 

와... 진짜 고철덩어리이긴 하다 ...

그래도 기름은 빵빵하게 넣어줬네

 

FULL로 꽉 차있는걸 보니 만땅이구나.

(이 당시 FULL이라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음)

 

연료 제대로 차 있나 점검 한번 해볼까

 

 

????????????????????

 

기름이 앵꼬나있네??????

와 ㅈ될 뻔 했다 진짜.

 

이거 실제로 타고나갔다가 앵꼬나서 사고나면 어떡하냐

 

무조건 보고해야겠다. 

 

 

<<<<교육시간>>>>>>

 

그래서 본 XXX중위가 자네들에게 말하건대

우리 수송 병과의 책임을 잘 인지하고, 반공 질서 확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쏼라쏼라

 

이상 질문 있나?

 

 

예! 건의사항 있습니다!!

 

X호차에 기름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거 나중 가면 분명 큰일이...

 

 

(조교들 우르르 몰려옴)

 

뭐야 이거 미친 놈 아냐????

 

"조교! 점마 끌어내!"

 

군인이 까라면 까는거지 뭔 말이 많아

 

 

으악! 악!!!! 아니 저는 나라를 위해서... 악!!!!!!!

 

조국과 전우의 생명을 위하는 마음을 알기나 했는지,

장교는 얄짤없이 조교를 동원해 택시기사님을 후려팼다.

 

역린을 건드린 듯, 심할 정도의 과민반응이었다.

 

워커발로 정강이를 채이고 또 채이기를 수십 번.

그 때의 흉터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한다.

 

 

하지만 그 어떤 부당함도...

영문도 모른 채 참아야 하는 것이 그 시절 사병의 덕목.

산송장이 되어 전우들에게 훌쩍였다.

 

"니 괘않나??????? 와... 사람을 이래 무자비하게 패노... 도랏네 저거 완전"

"니 그냥 참지 뭐하러 그랬는데.."

 

"아니 사람 다치면 우짤라고!! 내는 나라를 위해 말한기다 .... ㅠㅠ"

 

 

그래도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어느덧 교육은 끝났고 자대 배치를 앞두게 되었다.

 

정예수송인력으로 양성된 장병들을 데리러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왔다.

 

 

(대령)

 

야 아쎄이, 키도 크고 잘생겼네 ㅋㅋ

너 운전 좀 하냐?

 

한번 몰아봐봐

 

 

썰옛썰!

 

부릉부릉

 

1단으로 변신하겠습니다

 

부릉부릉

 

2단으로 변신하겠습니다

 

부릉부릉

 

합체하겠습니다

 

 

와 ㄷㄷㄷㄷㄷㄷㄷ

너 큰 수송용 차만 몰아봤지 않아?

 

이렇게 운전 잘하는놈 처음 본다

어케 이렇게 운전을 잘하냐. 

 

 

아닙니다! 한참 멀었습니다!

 

"운전 개잘하네 나랑 가자 ㄱㄱ"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릉부릉.......

 

신의 가호가 있었는지, 택시기사 아저씨는 그 순간의 운전을 예술로 해냈다.

그렇게 우연히 대령과 인연이 닿아 자대로 향하게 되었다.

 

사실 요즘에야 승용차 운전 정도는 별 대수로운 일도 아니지만

 

그 당시는 장성급 관용차도 일본에서 닳고 닳은 폐차를 수입해서 쓰는 시절이었다.

험하게 구른 군용 폐차를 부드럽게 조작하는 실력은 실로 희소성 있는 것이었다. 

 

 

그가 도착한 사무실은 난민촌같은 병 막사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으리으리한 대령 집무실에서 그는 다시 한번 칭찬을 받았다.

 

"야 부관, 나 이렇게 운전 잘 하는 애 처음 봐"

"보급빵카 델꾸가서 구경 한번 쏵 시켜주고 애 싹 씻기고 밥 맥여라. 몸에 기름때 싹 다 뱃겨뿌라."

 

"예 알겠슴다!!"

 

 

와.... 이게 머고....

 

(헐레벌떡 전투복 10벌, 군화 10켤레 싹 다 쓸어담음)

 

 

와 아무리 대령님이 시켰지만 선넘네 ......

 

니 머하냐? 열켤레 우예 다 신을라고??

 

 

제 동기생들은 군화가 다 뜯어지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전투복도 없고 전투화도 없는 생 그지입니다!!

 

제 동기생들 줄겁니다!!!

 

 

기합이네 ㅎㅎ,,,,

 

챙기라 씻으러 가자.

 

 

여기서 씻으면 된다.

 

근데 뭔 일 있나? 왜 탈의를 안 하려고 하노?

 

 

아.... 그게........

 

 

도저히 옷을 벗지 못하다가 결국 바지를 내렸다.

 

기간병들에게 구타당한 택시기사 아저씨의 몸은 반 작살이 나 있었다.

 

"....... 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이거 물 들어가면 큰일난다."

"나중에 나랑 의무실부터 가자."

 

 

... 이렇게 됐습니다.

 

의무실부터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몸 상태가 뭔;;

 

야 니가 잘못해서 맞은거야 이거? 몸이 왜이래?

 

 

아닙니다 !!!!! 저는 나라를 위해 그런깁니다!

 

트럭에 기름이 앵꼬나 있어서 사고 날까봐 보고했더니 저를 이리 막 때려팼십니다!!!!!

 

 

이런 십새끼가 있나

 

야 부관, 감찰참모하고 싹 다 내 앞으로 튀어오라 그래

 

빨리!!!!!!!

 

 

썰옛썰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야 씨발 4시간 안에 그 중위새끼 잡아와.

 

4시간이라고 말했어.

 

4시간 안에 안 데려오면 니들이 감빵간다 빨리 쳐 갔다와

 

 

헉;;; 넹;;;

 

 

그렇게 택시기사 아저씨가 의무실에서 자고 있는 동안 사건 관계자들은 싹 다 잡혀서 대령 앞으로 끌려 왔다고 한다.

 

출신이 어딘지 기억이 안 나는데 대위도 설설 기고 체포까지 해 오는걸 보니 끗발이 대단해 보였다고 한다..

 

 

야 너네 왜 그랬냐?

 

그게....

 

취조 과정에서 실토된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으아아아악 ㅅㅂ

 

본래 운전 훈련으로 이루어졌어야 할 시간은 트집을 잡아다가 얼차려로 퉁치고

 

 

그렇게 교육생들이 조뺑이치며 주위가 산만해진 틈을 타 ..

 

기간병들을 동원해 차에서 기름을 빼다 숨겼던 것이다.

 

그렇게 슈킹한 기름은 팔아먹었다고 한다.

 

 

제대로 걸린 중위는 깜빵살이를 하고 이등병으로 전역했고

 

 

아저씨는 일이 잘 풀렸는지 이 일을 계기로 모범 장병으로 발탁되어 장성 표창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아저씨는 높으신 분들 운전(이거 실명까지 들었음 장성급임)을 도맡아 하며 하사까지 복무한 뒤 사회로 나가게 된다.

 

폭력과 낭만의 그 시절 군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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