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 3: 와일드 헌트의 시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위쳐 4 발표는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온라인 유저들은 기존 남성 주인공 시리즈에 (다소 나이 든)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한편 좀 더 진지한 토론도 이어졌다. 시리가 남성에 최적화된 위쳐의 유전자 변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늙어가는 게롤트의 검술과 마법 실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과연 그녀가 위쳐의 주인공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다.
이번 주 유로게이머와의 인터뷰에서 세바스찬 칼렘바 게임 디렉터와 필립 베버 내러티브 디렉터가 이런 의견들에 답하며, 게임 초반 시리의 상황도 일부 공개했다.
베버는 안제이 삽코프스키의 원작 소설에서 시리가 여러 차례 위쳐로 묘사된다고 밝혔다. 원작과 어긋난다며 시리의 주인공 발탁을 반대하는 의견은 설득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칼렘바와 함께 게롤트가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많은 팬이 그의 복귀를 바란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시리는 이미 위쳐 3에서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였고, CD 프로젝트는 그녀를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 모두에게 시리라는 캐릭터가 가진 잠재력은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그녀의 성격과 본질적 특성을 게임플레이에 녹여낼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베버의 말이다. "현재 우려를 표하는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답은, 때가 되면 우리가 얼마나 세심하게 시리를 다루고 있는지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리, 성장의 여정을 시작하다
유로게이머는 사이버펑크 2077처럼 커스텀 가능한 주인공을 위쳐 4에 도입할 계획은 없었는지 물었다. "우리의 위쳐 시리즈는 늘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을 추구해왔습니다." 베버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게롤트로 시작해 위쳐 3에서 시리를 두 번째 주인공으로 세웠고, 이제 그녀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베버는 시리가 매력적인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유로 역설적으로 그녀가 '완벽한' 위쳐가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게임 속 주연으로 등장했을 때 이미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연상시키는 외로운 사냥꾼의 모습을 완성한 늙은 게롤트와 달리, 시리는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시리가 새로운 주인공으로서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위쳐로서의 여정을 이제 막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게롤트는 이미 수많은 경험을 거친 노련한 사냥꾼이었죠. 그는 그만의 신조와 중립이라는 가치관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그가 겪은 무수한 경험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리는 아직 그런 경험들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물론 시리도 이미 확립된 캐릭터지만, 플레이어는 그녀가 위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될지를 더 많이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쳐 세계의 성차별과 사회적 주제 다루기
위쳐 시리즈는 여성 캐릭터의 선정적인 카드를 수집하게 하고, 관능적인 여성 마법사들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등 때로는 섬세하면서도 때로는 선정적인, 전반적으로 여성혐오적인 세계관을 보여왔다. 이런 맥락에서 시리는 이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젠더 정치와 성차별에 대한 게임의 묘사에 관해 묻자 베버는 이렇게 답했다. "위쳐의 세계는 다크 판타지 민담에서 영감을 받은 매우 어두운 세계입니다. 중세에서 르네상스 초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는 여성을 포함한 많은 소수자 집단에게 가혹한 시대였죠. 예를 들어 위쳐에서는 비인간 종족에 대한 인종차별도 다루는데, 위쳐 4에서도 이런 주제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는 늘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성인을 위한 게임을 만듭니다. 그래서 까다로운 주제들을 다루되, 흥미로운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쉬운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고민해볼 만한 어려운 질문을 던지죠. 시리가 이 세계에서 여성 위쳐라는 특이한 위치에 있는 만큼, 이런 질문들 중 일부는 그 방향으로 향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아니겠지만, 이 세계의 한 부분으로서 다양한 주제들 중 하나로 다뤄질 것입니다.”
시리의 초자연적 능력은 어떻게 활용될까?
유로게이머는 시리의 초자연적 능력이 위쳐 3의 퀘스트 구성과 검술-회피-마법 전투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시리가 전작 후반부에 보여준 능력 없이 게임을 시작하게 될지 물었다. CD 프로젝트는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확한 방법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칼렘바가 말했다. "다만 저희를 믿어주세요. 이 문제는 우리가 가장 먼저 해결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어떤 것도 명확한 답 없이 남겨두지 않습니다."
개발명 '폴라리스'로 알려졌던 위쳐 4는 새로운 위쳐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아직도 게롤트가 그립다면 'Fool's Theory'가 개발 중인 위쳐 1 리메이크를 기대해볼 만하다. 아마도 원작의 선정적인 요소들은 상당 부분 수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