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뒤집힌 인물 사진을 보고도 1초만에 누구인지 맞춘다면 ‘인식능력’이 상위 0.1%에 해당하는 능력자일 수 있다.
지난 5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거꾸로 된 얼굴을 잘 인식하고 얼굴 기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초인식자(Super Recognizer)’라 한다. 초인식자는 인구의 약 0.1~1% 즉 1000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초인식자는 단 1초 만에 거꾸로 된 얼굴이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썰미가 뛰어나다. 수년 전에 본 낯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기도 한다. 또한 픽셀화한 얼굴 사진이나, 다른 각도로 된 얼굴 사진도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영국 링컨대 심리학부 연구에 따르면 초인식자들은 눈만 보이게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한눈에 식별할 수 있다.
인간, ‘눈→코→입’ 순 인식하도록 진화
방추형이랑은 전두엽 밑에 위치해 사람을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사물이나 신체 부위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직 사람의 얼굴에만 반응한다. 방추형이랑에 이상이 생기면 얼굴인식불능증이라는 증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모든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사람의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 변별하는 능력이 없어지게 된다. 임 교수는 “얼굴인식불능증이 있는 사람들은 방추형이랑이 비교적 덜 발달 돼 있기도 하다”며 “방추형이랑과 전두엽이 망가지면 치매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치매 증상으로 자녀, 지인, 부모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임 교수는 “초인식자는 방추형이랑과 전두엽 기능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했다. 추리력이 뛰어나거나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 역시 전두엽과 방추형이랑의 기능이 발달한 사람들이다. 임 교수는 “초인식자는 인류가 진화해 온 방향과 반대 지능을 가졌기 때문에 천재적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나도 초인식자? 20분 만에 확인하는 법
내가 초인식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에서 제작한 ‘얼굴 테스트’로 판별할 수 있다. 이 테스트는 총 2부로 이뤄지며 소요 시간은 20분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 얼굴‧법의심리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직접 해볼 수 있다. 1부는 ‘얼굴 기억 테스트’다. 동‧서양인 20명의 얼굴을 본 뒤 각각의 얼굴을 기억해야 한다. 이후 20명의 얼굴을 보여주며 각 사람이 처음 제시한 20명에 해당하는지 ‘예, 아니요’로 대답한다. 2부는 ‘얼굴 분류 테스트’다. 먼저 제시된 무표정의 얼굴 사진을 확인한다. 그다음 표정, 메이크업, 머리 스타일 등 미세한 차이가 나는 4명의 사진을 본다. 각 4명이 처음 제시했던 무표정의 얼굴의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판별하면 된다. 얼굴 기억 테스트에서는 참가자 상위 5%에 해당하면 ‘초인식자’로 분류된다.
김예경 기자 kyk@chosun.com
유명인의 얼굴도 거꾸로 뒤집힌 상태에서는 알아보기 힘들다. 약 1초 만에 누군지 판별이 가능하다면 상위 1%에 드는 ‘초인식자’일 수 있다.(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현무, 정형돈, 오은영, 김혜수, 박나래, 유재석)/사진=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