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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군인들의 귀국 박스 이야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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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기간인 1년이 다 차면 장병들은 귀국을 준비했다. 귀국장병들에게는 '귀국박스'라는 1m 짜리 나무궤짝이 주어졌다. 여기다 개인짐을 넣고 고향집에 택배로 보낼 수 있었다. (A, B으로 나뉘었으며 B는 사진에 나오는 것들로 사병용, A는 장교용으로 더 컸다고 함.) 군인들은  박스 옆면에 자신의 고향집 주소를 먹물로 크게 써넣었다. 


 

귀국박스에는 개인짐 말고도 장병들이 가족들에게 줄 선물이 들어갔다. 제일 많이 들어간 건 주로 보급으로 나왔던 C레이션이었다. 장병들은 C레이션을 외부에 배치해서 일종의 완충제로 썼다. 그리고 파병기간 동안 악착같이 모은 달러를 가지고 영외외출 때 시장에 가서 사온 일제 라디오, 선글라스, 다리미, 재봉틀 등이 들어갔다. 



 

그런걸 살 돈도 없던 장병들은 돈이 될만한 것들을 모아서 보냈다. 대표적으로 고철이었다. 보병들은 국도정찰을 나가서 맥주캔들을 주워모았고, 포병들은 황동으로 된 포탄탄피를 모았다. 하다못해 전봇대 전선을 주워서 대검으로 고무피복만 벗겨내고 구리선을 넣기도 했다. 고물상에 비싼 값에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본 미군 지휘관들은 한국군들이 쓰레기를 주워모으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고 여겼다.  


 

다만 나중에 가면 탄피는 적재금지 품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떤 장병이 기관총 탄환을 분해하여 모은 탄피들을 상자 가득 실었는데, 화약은 뺐지만 뇌관을 제거하지 않아 이게 배에서 터졌다고 한다. 


 

그 밖에도 보급낙하산 천(실크), 베트콩에게서 노획한 장구류, 대검 같은 것도 들어갔고, 일부는 진짜 총을 넣어서 보냈다가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안 걸린 사람들의 총은 이후 수십년이 지나서 주인이 사망하고 나서야 발견되어 경찰서에 자진신고할때 등장하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 나온다.)

 

 

고향집에 먼저 도착한 귀국박스는 마을의 구경거리였다. 그 안에는 열대의 정글에 돈 벌러 간 아버지, 아들, 손주가 보내온 물건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고, 외국물건을 구경하기 힘들었던 그 시절에 귀국박스는 한국인들에게 외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중한 경로였다. 


 

귀국박스는 군용으로 만든거라서 꽤 튼튼했기 때문에 꽤 다양하게 사용됐다.  현재도 시골에 가면 오랜 세월동안 헛간이나 마당에 놓인 귀국박스가 있는 집을 가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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