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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딸이 회사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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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5시쯤.

 

중3인 딸이 하교길에 들를만한 거리에 회사가 있어서 그랬는지 찾아와서 1층에서 보러왔다고 카톡을 보내더라.

 

친구랑 싸웠는지 어쨌는지 속상한 일이 있어서 집으로 안가고 날 만나러 왔다고 했다.

 

우리 집은 화목하긴 하지만 사실 딸하고 엄청 속내를 털어놓고 지내는 정도의 사이는 아니라서 다소 놀랐다.

 

딸이 왔다고 하니까 직원들도 부럽다고 그러고 어깨가 으쓱해져서인지 내 복장을 확인도 못하고 내려갔다.

 

허름하고 기름때 얼룩이 낀 작업복을 입고 내려간 나를 보자 딸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데 모자써서 헝클어진 머리에 수더분한 아비가 보이니 울컥했던 모양인지 눈물을 글썽거리더라.

 

그날 마침 치수 재고 재단하다가 손가락을 베여서 밴드도 하고 있었는데 내 손을 꼭 잡더니 왜 다치면서 일하냐고 성질을 내더라.

 

무슨 마음인지 알아서 그냥 폭 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그 후에 무슨일로 왔냐고 물어보니까 아니라고 하더니 몇시에 집에오냐고 물어봐서 오늘은 일찍 가겠다고 말하고 7시에 퇴근했다.

 

집에 가니까 와이프한테 말했는지 상다리가 부러지게 밥상이 차려져 있더라.

 

살면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인생 같이 느껴지며 매너리즘에 빠져가고 있는 시기가 오고 있었는데

 

이런 작은 이벤트 하나로 처음 태어난 딸을 안았을 때 느껴진 기분이 다시 느껴지더라.

 

나이가 44인데 눈물이 많아져서 큰일이다.

 

내일 또 나는 닑아버린 작업복을 입겠지만 평소와는 다른 기분이 느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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