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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부사관학과에 회의론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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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부사관학과 이야기가 간혹 나오던데,

부사관학과라는 채용구조 자체에 회의론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계급/채용체계를 바탕으로 설명해 보겠음.

 

 

간단하게 계급장을 바탕으로 설명해 줄거임.

 

국군 부사관 계급장의 경우 6엽 잎사귀 받침대에 받쳐진 나뭇가지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병 계급장과 그 어떤 유사성도 식별할 수 없음.

 

이는 실질적인 군 내 부사관의 위상과도 같음.

현행 국군 계급체계에서 부사관과 병의 연계성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됨. 

(물론 매우 가까이 지내는 계층이기는 하지만)

 

 

타국군은 그렇지 않음. 병/부사관을 통합된 사병 체계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이 계급장에도 드러남.

 

어느 군대를 가더라도 보통 상병/병장은 세분화했을 때 대응되는 계급(번역명)이 상병/병장일 뿐

근속 년수부터 국군의 하사/중사에 대응되며 '분대장' 개념의 준간부 지위를 일찍부터 부여받고 있음.

 

병 계층이 아래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승급하며 군의 허리를 담당한다는 것임.

 

 

국군 역시 과거에는 이러한 체계를 채택했었기에 구형 계급장에 그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음.

초기형 계급장은 아예 통합된 형태이고, 중/후기형 계급장에도 병->부사관 테크가 드러나고 있음

 

실제 분위기도 다르지는 않아서 전쟁 세대에는 

병사 -> 부사관 -> 준사관까지 차근차근 올라간 사람들이 차고 넘쳤지.

 

엘리트 솔저들만 병장으로 올라갔고, 월남전으로 T.O가 다 차버린 특정 기간에는 상병으로 집 가는 양반들이 속출했음.

 

현 체제가 굳어지고 나서도 하사관 계급장의 받침대는 잎사귀가 아닌 병장 계급장.

 

국군에게도 병과 부사관을 사병이라는 통합된 계급체계로 인식한 시절이 있었 것을 계급장을 통해서 엿볼 수가 있지.

 

(물론 실질적으로는 간부 역할인 하사관 계층을 하대하는 기조가 오랫동안 있었다는 시각으로 보기도 함.)

 

여전히 상/병장에게 분대장 혹은 생활반장이라는 준간부의 지위, 책임이 부여되고 있는것도

사실 전통적인 관습 중 하나이고.

 

 

현행 계급장은 더 이상 그렇지 않지.

병장 계급장 -> 4엽 잎사귀 -> 6엽 잎사귀까지 대대적으로 계급장의 격조가 올라갔고

당연히 실무적으로도 부사관은 장교와 함께 간부로서 활동함

 

물론 여전히 병들과 가깝게 지내기는 하지만. 병과 같이 사병 체계로 엮이기보다는

부대 내 부사관단이라는 독자적 카르텔을 형성하며 장교와 업무를 분업하고 있지.

 

정 반대로 병들 역시 그 계급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경험이 쌓여도

간부 수준의 지위를 갖거나 예우를 받는 것이 불가능함.

 

양 계급체계 간 거리감이 명백히,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음.

 

 

오히려 지금의 국군은 종래 병/부사관의 사병 체제보다는

부사관과 장교가 결합된 간부 체제가 자리잡았음. 

 

부사관단과 장교단은 직업군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간부'라는 이름의 통합 계층을 형성하였음.

쌍방은 사실상 계급 체계 아래 상호 존중의 형태로 업무를 분업하는 포지션임.

사병 계급은 순전히 징집병들이 차지하고 있지.

 

[1년 6개월 단순 징집병] vs [단기/중기복무자 + 장기 선발자]

이러한 2강 체계가 현재 군내 세력 구도임.

 

전문성이 필요한 기갑부대 같은 곳을 보면 중령부터 말단 하사까지

사실상 하나의 덩어리로 단단히 뭉쳐있음.

 

왜 국군은 더 이상 병과 부사관이 연계되지 못하는가?

 

 

채용 체계가 다르니까 그렇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음.

 

국군은 예나 지금이나 냉전형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며 편제를 대규모로 뻥튀기해 놓고 있음.

숫자가 줄어든 지금도 동원력이 압도적인 수준이지.

 

하지만 이를 충족시킬 만한 충분한 부사관 수급에는 늘 어려움을 겪었음.

 

당장 직업 군인을 다이렉트로 모집하는 지금도 사람이 그리 안 오는 판에

징집병으로서 복무하다가 직업 군인을 자처할 만한 사람이 당연히 주류, 다수는 아니었겠지.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 군인하는 사람도 많았다지만, 그만큼 처우도 열악했으니.

 

그래서 먼 과거부터 꾸준히 유지되어 온 선발 체계가 바로 '민간 부사관' 제도임.

시대마다 이름은 달랐지만 기본은 같음. 부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굳이 병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라, 

민간 출신 일반인에게도 소정의 하사관학교 교육을 이수하면 다이렉트로 하사를 달게 해 줬던거임.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업 군인'. 즉, 부사관 선발 제도의 디폴트임 사실.

땜빵용 가라 제도가 정통이 되어버린거임.

 

 

여기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겠음.

 

한마디로 국군의 부사관이란, 그 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부사관 출신이란,

병 생활을 패스하고 소정의 부사관교육만을 이수한 뒤 다이렉트로 배치된 사람들이라는 말임.

 

하지만 사실 '진짜' 하사(내지 부사관)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2~3년씩 복무한 고참병이, 짬밥과 실력을 가지고 하위 제대의 리더로 승급한 것'임. 

그래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업을 수행하고 예하 병력을 통솔하니까.

 

국군은 이걸 걍 민간에 외주줘서 던져 버렸고,

초임 하사란 곧 숙련도 낮은 신임 간부를 뜻하게 되어 버렸음.

 

자리의 가치와 실무적 현실이 정반대가 되어버림.

 

이 선발구조 하에서는

척계광, 척준경, 강감찬, 수부타이, 에르빈 롬멜, 다케다 신겐, 오다 노부나가 등등

웬만한 올스타 영웅들을 부사관으로 갖다박아도, 그 사람들이 초임하사때 잘할 가능성 아예 없음.

 

왜냐? 애초에 군인이 아닌 사람들을 기초교육+후반기교육 조금 시킨다고

숙련병의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

 

채용 체계 자체가 실무적 능력이 전무한 사람을 뽑아서

개고생시키면서 양성하는 구조임.

 

 

이제 대학 부사관학과를 보자.

대학에 설립되고 있는 부사관학과는 현행 국군 선발 구조가 이렇게 되어있음에도,

 

'미리 체험한다.'

'전문성을 함양한다.'

'자질을 갖춘다'

 

라는 명목으로 선행 선발 기관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음.

전문성 있는 부사관 후보생을 양성해 군에다 공급하겠다는거지.

 

하지만 민간부사관 제도 하에 선발된 부사관은 결국에는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게 국내 현실임.

 

물론 조직 생활/규율/훈련을 통한 1차 필터링이나, 자질 함양에 도움이 되는 기관으로서 기여할 수는 있겠지.

(실제로 내가 같이 일했던 이쪽 출신인들은 전부 초엘리트였음. 개인적으로 존경함.)

 

하지만, 그 사람들도 결국 군대 가면 똑같이 박살나면서 배워야 함.

 

1. 애초에 민간부사관 선발 제도는 전문성을 포기하고 정족수를 어떻게든 맞추려는 기형적인 제도이고

2. 애초에 현역병이 승급해서 부사관이 되는 구조가 정석인데 민간인이 교육 좀 받고 들어간다고 군내 경험을 재현할 수는 없음.

 

결국 포지션이 애매해지는거지

실무부대 내 병기본/주특기에 준하는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2년의 준군사기관 경험이

과연 얼마나 군 생활에 도움을 줄 것인가? 의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음.

 

 

진짜 전문성 함양과 경험이 필요했으면 애초에 일병~상병 정도 복무해 보고 현역부사관에 지원하거나,

 

'정통' 그 자체, 부사관 전통의 계승자인, [{전문하사}]로 임관하는 게 오히려 그 '전문성'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됨.

 

병사로 찍먹해봤을때의 장점은 적성 안 맞으면 걍 찍먹하고 튀면 되는건데,

부사관과에 가서 인생 테크를 부사관으로 잡았을 때는 런각을 잡기란 쉽지 않지.

 

편입을 하든 반수를 하든 재수를 하든 해서 학력부터 대대적으로 개편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갈팡질팡하는거임.

 

 

게다가 오히려 이런 '정통'테크를 탔을 때 나이 대비 계급/짬밥 측면에서 인생 손해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함.

어짜피 부사관 족보는 임관일로 따지거든.

 

물론 전문하사의 경우 호봉은 인정되고, 장기 선발에서 수혜를 좀 보기는 한데

걍 나이 빨리 임관해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개박살나면서 배우면

남들 성인잼민이로 방황하는 23~24살 시절에 조직 서열의 중간까지 올라갈 수 있음.

 

부사관이 부대이동이 잦거나 주특기를 넘나드는 애들도 아니고 2~3부대 오가면서

주특기 원툴로 프로까지 올라가는건데. 초장에 아싸리 일찍 들어가면 애초에 23살 정도부터 그 분야에서 짬밥 먹는거임.

아무리 빡통이라도 복무기간이 4년인 이상 통상의 병들보단 잘하게 될 수밖에 없음. 1년만 지나도 무시 안 당함 보통.

 

결국 정점으로 수렴하면 년 단위로 차이나는 선/후배끼리 반말까면서 친구먹지만

흙탕물에서 뒹구는 밑바닥에선 1~2년 차이, 정말 상당히 큼.

 

하물며 현역병 출신이라는 메리트를 제공하지 못하는 부사관학과의 포지션은 이 상황에 더욱이 애매해질 수밖에.

 

여태까지의 내용을 3줄로 요약하자면

 

1. 국군 부사관 체계는 이등병부터의 체계적인 렙업이 아니고, 다이렉트로 꽂힌 민간인이 개박살나면서 배우는 체계이다.

2. 전문성을 가지고 임관하고 싶다면, 이미 기존의 전통을 간직한 [전문하사] 혹은 [현역부사관]이라는 정통 테크가 존재한다.

3. 위 이유로 자질을 함양해서 입대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성립하기 힘든 현실이고. 메리트를 주기 힘들다.

 

라고 할 수 있겠음.

부사관과에 대한 회의론은 부사관과 그 자체보다는, 

위와 같은 국군 채용 구조에서부터 본질적으로 기인할 수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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