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의 전 대통령이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3월 11일, 필리핀 경찰에 의해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홍콩 방문 후 귀국하던 중이었는데 임기 중 마약과의 전쟁으로 수만명을 사살한 것에 대해 "반인도적 살상 혐의"로 체포되었다.
체포 과정에서 두테르테는 "내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단 말이냐!" 라고 언성을 높여 반문했다.
ICC가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이지만, 만약 필리핀의 대통령이 이에 반발했다면 체포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ICC에 협조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두테르테 가문과 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마르코스 주니어가 충돌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두테르테와 정적 관계인 대통령실의 방관과 동조를 통해 이뤄진 체포라고 볼 수 있다.
현직 대통령 마르코스 주니어는 필리핀의 정치인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필리핀의 유명한 독재 대통령이었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다.
원래 현 마르코스 주니어 정권은 두테르테 가문과 마르코스 가문이 정치적 동맹을 맺어 정권을 이뤘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대통령을,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 세라 두테르테는 부통령을 맡았다.
하지만 두 정치 세력은 결국 분열했고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지금 나를 암살하려고 암살조가 돌아다니는데 만일 내가 암살당하면 대통령과 하원의장을 암살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대립이 더 거세졌다.
한편 두테르테는 체포에 대해 "나는 내 임기 동안 필리핀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평화와 평온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했다. 체포가 내 삶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념비에 대한 소액 후원금을 부탁했는데, 이 때 "총을 든 내 모습이어야 한다" 고 구체적인 부탁을 했다. 마지막까지 참 별난 인물이다.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은 범죄자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도 사살되서 무고한 사람도 죽게 했다는 비판이 존재하며, 반대로 그 덕분에 필리핀의 치안이 개선된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