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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게이 글 보고 써 보는 내 결혼생활 고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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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게이 글을 보니 마음이 너무 먹먹했다.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그렇게 급발진하지는 않았더라도

 

진짜 엄청나게 충격받았을 것 같아서..

 

 

 

 

나는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흔히 말하는 개찐따였다.

 

장장 12년간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였다. 지역이 좁았기에, 학교가 바뀌어도 만나는 사람이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 고통스럽고 하루하루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를 고민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대학에 가고 보니 폭력은 사라졌는데 마음은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하릴없이 캠퍼스를 방황하다가 사이비 종교의 마수에 걸렸다.

 

나를 아껴주고 반겨주는 사람들,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하고 눈물이 나는 경험이었다.

 

그 속에서 내 대학생활은 온전히 교회에 몰입되었고

 

대학원 진학도, 직장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불만이 없었다. 교회가 없었다면, 나는 입학하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살했을 테니까.

 

교회 일이 많아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가스라이팅을 당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작에 끝내야 했을 인생을 교회를 통해 추가적으로 연장했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없었으면 내가 제대로 된 취업 준비를 했을까?

 

아니. 뒷산에서 목 매달아 자살할 자리를 찾고 있었을 거다.

 

그렇게 시간은 십 년이 흘렀고

 

그 안에서 목사가 지정해준 사람과 결혼하게 됬다.

 

상대방의 외모나 성격 등 내 취향은 전혀 고려에 들어가 있지 않았고

 

그건 상대방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존나 못생기고 성격 뒤틀린 개찐따였는데 연애결혼이 가당키나 했겠는가.

 

우리는 교회에 충성하기 위해서 결혼한 거였고,

 

충실한 교회 유지의 일꾼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프로포즈도 없이, 결혼식은 교회 주도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다. 결혼식 총 비용은 5백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교회가 무너졌다. 목사의 성 비위가 문제였다.

 

언제가 가장 깨끗한 것 처럼, 신도들의 사생활을 폭풍처럼 비난하고 감시하던 그가

 

뒤로는 그렇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추행의 대상에는 아내도 포함되어 있었다.

 

 

 

진저리가 쳐지는 교회 내분이 이어졌고, 우리는 교회를 나왔다.

 

더 이상 예전처럼 신과 교회를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다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손에 남아 있는 것은 아내 뿐이었다.

 

 

 

교회에서 나는 교회 일에 집중된 삶을 살고 있었고, 제대로 된 직업도 없었다.

 

모든 가정 경제는 아내에게 맡겨져 있었다. 나는 무기력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무너지지 않고 나에게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라 권유해 주었다.

 

방송대에 다니게 되었고, 30대 중반이지만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솔직히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죽었을 목숨이 연명되었으며, 아내도 얻게 되었다.

 

다만 요즘들어 고민인 것은, 내가 아내에게 이성적인 의미에서 온전히 만족할 수 없듯이

 

아내도 나에게 이성적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신앙의 종속을 잃은 성욕은 갈 곳이 없다.

 

아내는 아직도 신앙을 유지하고 있기에, 내가 아내에게 만족하지 못해 포르노를 보는 것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한때 아내가 원래 성욕이 별로 없는 편인 사람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요즘은 내가 매력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함께 인생을 받쳐 줄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이성적인 측면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만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관계를 할 때 마다 표정이나 반응으로 알게 되니 씁쓸할 뿐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켠이 찌르는 듯 아프고 잠재워 두었던 학창시절의 열등감이

 

스멀스멀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매력 없는 사람의 삶은 참 씁쓸한 부분을 계속해서 남기면서 다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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