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농아인 회원들 앞에서 바지를 내렸던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총장, JTBC가 더 취재해보니 문제의 인물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현직 이사가 농아인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으로 피해자를 고립시키려했던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안지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A 씨는 듣지 못하고 소리 내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A 씨를 농아인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2021년, 30대 A 씨는 수어 통역센터장을 맡게 됐습니다.
농아인들이 꿈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농인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런 목표로 가지고 일을 했고, 센터장이 됐기 때문에 그걸 이루려는 기대를 했습니다.]
A 씨는 이즈음, 농아인협회 정희찬 이사가 접근해 왔다고 했습니다.
정 이사는 50대로 나이 차이는 컸고, 무엇보다 협회에서 권력자였습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정 이사가) 처음에는 '밥 먹으러 가자, 만나서 놀자' 이런 식으로 계속 말을 하길래, 그냥 계속 '싫습니다, 아닙니다' 하면서 거절을 했습니다.]
표현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습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나중에는) '우리 남녀 관계로 만나자, 너 미국 모르냐, 미국은 성관계 이런 거 개방적이다, 서로 즐기면 되지'라며 강요하듯이 말했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 업무 출장 일행에 둘이 포함됐습니다.
피해자는 정 이사가 호텔 방으로 몰래 들어와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정 이사가) 갑자기 욕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너무 기분이 나빠서 쫓아내고 옷을 다 얼른 입고…]
피해자가 저항하자 얼버무렸다고 했습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왜 같은 방을 쓰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야, 괜찮아, 여기 침대 2개잖아. 각자 자면 되지 괜찮아' 하다가…]
그 해, 5월 피해자 A 씨는 결국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신까지 했고 이 사실을 알리자 또다시 성폭력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낙태 수술을 하라며 정 이사가 돈 50만 원가량을 건넸다고도 했습니다.
정 이사는 A 씨를 고립시키기 위해 협회 회원들에게 "A 씨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소문을 퍼트리기도 한 정황도 파악됐습니다.
JTBC가 정 이사에게 입장을 묻자 "사실이면 증거를 확보해 고소를 하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